선생님, 송인수 윤지희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을 느낍니다.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날씨에요. 지난 긴 여름 동안, 선생님도 건강하셨는지요?
오늘 저희가 선생님께 간단한 편지 한통을 보내드립니다. 짧은 편지 한 장이지만, 이 결정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더 미룰 문제는 아니라서 오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편지 드리는 용건은 긴급 후원금 3,500만원이 필요해서 선생님께 후원을 요청 드리기 위함입니다. 잠시 이야기를 들어봐 주세요.
우리 단체가 창립한지 1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기념식 한번 하지 않고 오직 주어진 소명에만 몰두하며 달려왔습니다. 입시 경쟁 때문에 죽는 아이들이 한명도 없는 세상, 사교육비를 부모들이 단돈 1만원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밤낮없이 달려온 세월이었습니다. 물론 새 일을 시작했을 때 이 과제는 잘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뜻이 있는 일이기에 누가 뭐라 해도 늘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2012년 3월,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2년에 대한민국에서 입시 사교육이 사라집니다!”라는 캐치프래이즈를 걸고 10년을 달려갈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후 선행교육규제법, 초등 한글 교육 내실화, 수포자 없는 교육, 외고 입시제도 개선, 사립초 영어 몰입교육 문제 해결, 공공기관의 출신학교 차별 금지 정책 등 의미있는 성과들을 많이 얻어냈습니다. “해도 안 될 것이다”라고 말해왔던 분들도 이젠 우리를 인정하고, 자신의 판단을 부끄러워하곤 했지요.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보수 정부 속에서도 흔들림 없었던 우리는 진보 정부 들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진보 정치가 시민운동의 아젠다를 수렴하고 정책화시키는 것이 시민운동의 생존이라는 차원에서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정치가 시민운동을 삼키는 일, 아젠다와 사람을 빼앗아서 시민운동의 터전이 텅 비어 버리는 일이 흔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런 일은 관점을 바꾸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지요. 시민운동의 아젠다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이를 수렴해야하니까 말입니다. 공익을 위해 일하다가 우리는 사라져도 된다는 마음이 없으면 시민운동은 좋은 세상이 올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늘 다짐합니다.
문제는, 진보 정치가 시작되었는데, 세상이 좋아지질 않고, 동시에 시민운동마저도 약화되는 상황입니다. 적어도 교육영역에서 말입니다.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지금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 역설에 2년여 세월 동안 혼란을 겪다 겨우 절망의 터널을 뚫고 나왔습니다. 2년여의 실패 속 절망과 좌절의 감정은 어느 정도 극복했습니다.
다만 아직도 화끈거리는 일이 있습니다. 가끔씩 우리 회원들이 “대표님들이 2022년 사교육이 사라진다는 말을 했잖아요. 이젠 어려운 일이지요?” 씁쓸해 하는 그분들의 시선에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과연, 지금 시대는 무엇인가를 믿고 확신하는 바를 지키며 사는 자가 수모를 겪는 때입니다. 확신할 수 없는 시대에 확신을 갖는 자는 무모하고 허황되다는 평판이 따라다닙니다. 대신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상식과 합리에 근거한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이 존중받습니다. 그러나 그런 평판과 기대가 그립다면 이룰 수 없는 날에 대한 확신과 헌신의 깃발은 내려놔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너희들은 그 깃발을 내릴 것인가?” 내린다는 말은 무엇입니까? 현실만이 진실이고, 현실로 증명할 수 없는 뜻은 거짓이라는 선언입니다. 그런 모욕적이거나 욕된 상황도 없을 것입니다. 깃발을 내린다면 우리는 다른 길을 걸어야할 것입니다. 그 길은 어떤 길이겠습니까? 물론 그때조차, 우리의 소소한 개인적 행복을 누리고 가꾸는 데 시간을 쏟는 길은 아닐 것입니다. 대신, 여전히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하늘의 뜻이 있는 또 다른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새 길을 간다고 칩시다. 이미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장벽 때문에 보이지 않는 뜻을 버렸는데, 어찌 다시, 보이지 않는 뜻을 붙들고 새 길을 가겠다고 나설 수 있단 말입니까? 또한 그 새 길에는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또 다시 품은 뜻이 현실 속에서 좌절되고 약속은 현실에 밀려 시궁창에 빠진 상태가 어찌 또 오지 않겠다고 장담하겠습니까? 그때 우리는 또 다시 무엇이라 말할 것입니까? 그때 또 포기하고 새 길을 가야합니까? 회피는 끝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이 현실이 내게 찾아온 뜻을 배반하고, 뜻이 현실이 휘두른 칼날에 쓰러진다 해도, 결코 뜻은 없다 말하지 않고자 합니다. 지금은 현실이 진리인 듯하나, 확고부동한 철옹성 같은 현실이 소나기처럼 물러가고 새로운 날이 올 것입니다. 부끄러움은 명예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지금이야말로 뒤로 물러설 때가 아니라 오히려 지나온 1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 펼쳐질 10년을 상상하며 전진할 길을 모색해야할 때라고 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지속가능한 조직으로서 내적인 쇄신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또 하나의 10년’플랜을 수립하기로 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함과 동시에 포기하려는 나약한 마음을 곁에서 지지해줄 울창한 숲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시민운동의 길을 정치와 행정이 막을 때에라도 우리의 뜻과 소명을 흔들림 없이 펼칠 수 있도록, 시민사회 속에서 풍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또 한편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우리와 호응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일종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데 눈을 뜬 것이지요.
그래서 올해 초 이와 관련된 사업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과정에 착수했습니다. 컨설팅 전문가들로 구성된 두 기관과 계약을 맺고 도움을 받기 시작했고, 내부적으로는 ‘10년 플랜 위원회’를 가동하여, 미션과 비전 및 핵심 가치를 새롭게 하기, 그에 따른 운동의 전략을 수립하고 세부 사업계획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조만간 선생님께도 그 일정을 공개하고 여러 의견을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두 번의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통해 후원자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내부적으로 컨설팅 그룹의 자문을 통해 얻은 지혜를 통합해서 10년 플랜을 아마 12월 늦어도 내년 총회 때에는 발표할 것입니다. 그때 10년 플랜의 구상을 이행할 보다 종합적인 내부 조직 체계도 함께 발표할 것입니다. 힘겨운 과정이지만 우리 운동의 북극성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 설명 : 미션 비전 정립 등 10년 플랜 위원회 활동과 내부 직원 역량 강화 컨설팅 활동 장면입니다.)
이 일을 위해 재정 3,500만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초 경상 예산으로는 잡아 놓지는 않았지만 이 재정을 어떻게든 자체적으로 해결해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새 정부 들어서 최근 시민단체들이 다들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가 저희 단체에도 찾아와서 경상비 지출도 여러 면에서 뼈를 깎는 긴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재정은 경상비 수입에서 확보가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업을 중단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은행 대출을 받아서 해결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것 역시 언젠가 후원금으로 충당할 부채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포함한 후원자들께 솔직히 현재 상황을 말씀 드리고 후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고 오늘 편지를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두 기관과의 컨설팅 비용과 몇 번의 공청회, 또한 내부 조직 역량 강화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생님. 목표했던 후원금이 확보되면 준비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컨설팅 과정과 내외부적인 10년 플랜 계획 수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누가 봐도 놀라운 목표, 통찰력과 지혜, 상상력과 용기가 가득한 담대한 목표구나, 그렇게 여겨질 결과가 얻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새로운 10년 플랜 완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필요한 일인데 재정이 부족해서 일을 중단한 적이 단 한순간도 없지만, 편지를 통한 후원 요청은 늘 두렵고 떨리는 일입니다. 아래 모금 기대표를 참고하시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흔들림 없이 걸어갈‘또 다른 10년’을 세우는데 재정으로 도움을 주십시오. 곧 후원 결과를 두세번 선생님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9. 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올림
※ 일시 후원에 참여하실 때는 아래 후원 기대표를 참고해 주세요. 저희들은 앞으로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모금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상황에 맞게 후원에 참여해 주시고, 약정액은 아래 은행 계좌에 입금해 주세요. (입금처 : 우리 은행 1005-603-398116 | 예금주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이 편지를 보내 드린 후 일주일이 지나면 선생님을 포함해서 다른 분들이 참여하신 후원 결과에 대해서 몇 차례 중간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