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송인수 윤지희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드디어 2월 7일(금) 총회에서 저희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내려놓았습니다. 12년간 메고 있었던 짐이었습니다. 대신, 회원들에게 “우리가 어디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 미션을 지키는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릴 겸 대표 중 한 사람이 이사장을 맡아야한다”는 손봉호 이사장님의 뜻대로, 송인수 대표가 새롭게 ‘이사장’의 직책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30대 후반 젊은 여성 정지현 홍민정 선생님이 새 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평생 대표를 할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소식을 들은 회원들은 섭섭해 했습니다. 지나친 감정 표현이겠지만, 어떤 회원은 “우리들의 선생님이었고 우리는 제자 같은 존재였는데, 어딜 가시냐?” 서운해 했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빨리 내려놔야할 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더욱더 들었습니다. 저렇게 누군가를 의존하게 되고, 누군가는 그 의존을 즐기게 되는 순간, 조직은 위기에 들어가는 법이니까요. 더욱이 짐이 무거워 대표직을 이양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다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뜻을 제대로 성취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빨리 누군가에게 대표직을 넘기고 우리가 직면한 이 한계를 뚫는 여정을 밟는 몫이 우리에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지난 편지에서 충분히 말씀 드렸습니다.
오늘 저희들이 대표로서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편지를 드린 용건은, 앞으로 홍민정 정지현 새 대표 체제 속에서 진행될 새로운 10년 플랜의 1차년이 되는 2020년, 이 운동을 위해 꼭 필요한 1,300만원 모금 조성을 위해 월정후원자로 참여해 주십사 요청 드리기 위함입니다. 아래 편지를 읽어 보시고 맨 밑 모금 기대표를 참고하시어 우리 운동의 새 후원자로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전에는 8장에 걸친 편지로 말씀 드렸지만, 이번에는 무려 4쪽으로 줄였어요.
2008년 6월 1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창립했습니다. 그때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새 운동을 하겠다고 할 때 이를 지지하던 분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저 집 채 만한 바위를 직면해 자기 인생을 쏟아 붓겠다고 하니, 무모하다 생각하면서도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이 힘을 보태 주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그동안 우리가 이루어낸 수많은 성과 중 일부들을 말입니다.
▲2009년에 외고 입시 듣기 시험 문제를 해결해서 약 2조 정도 사교육비를 줄였고, ▲초등 1학년 때 한글 수업 시수를 26시간에서 68시간으로 늘려(2015년) 유치원 때 한글 선행을 하고 초등학교에 진학해야할 부담을 없앴습니다. ▲중학교 입시 사교육의 진원지인 외고 자사고 등이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는 시행령 개정(2019년)이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국가 인권위에 요청해서 학교와 학원 외벽에 명문대 합격 현수막을 부착하는 행위를 금지하게 하는 권고안(2015년)을 만들었습니다.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을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수용하게 하여 최소한 ‘공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정책이 도입되어(2017년) 출신학교 차별을 하지 않는 채용의 기반을 확보했고, 나아가 ▲대학입시에서 학생의 지원서에서 출신학교를 블라인드 처리하게 만들어 (2019년) 고교 간 차별 시비를 차단했습니다. ▲2015년에 양 많고 어려워 수포자를 만들어낸 수학 교육과정을 10% 이상 줄이고 수능 수학 출제 범위를 줄였고, ▲국내 최초로 70년 만에 수학 대안 교과서 중학교 3년 과정을 완간했습니다(2020년). ▲‘아깝다 학원비’ 등 불필요한 사교육 정보를 알리는 정보 소책자 5종 200만부를 국민들에게 유료로 보급했으며(2010~), ▲학원법을 개정해 온라인 학원도 학원 등록을 하도록 하며, 모든 학원이 카드 결제를 허용하도록 했고(2011년) ▲대학 1,2학년을 학원 강사로 허용하는 시행령 막아(2019년) 강사 양산을 통한 학원 시장의 팽창을 제어했습니다. ▲3년 동안 언론사 교육 섹션지 분석에 매진해 사교육 조장하던 조선일보의 교육섹션 (‘맛있는 공부’) 폐간을 유도했고(2017년), ▲다중지능 세계적 권위자 하버드 대학 가드너 박사와 편지 왕래를 통해(2014년) 다중 지능 이론을 악용해서 영유아 사교육을 조장하던 업계를 바로잡을 기반을 확보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 시행령을 고쳐 ‘영재 유치원, 영재 초등, 영재 중학교’를 설립하려던 흐름을 막기도 했습니다(2014년).
수많은 시민들이 모아준 후원금으로 우리는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괴로운 것은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교육비가 계속 늘더니 작년에는 사상 최대로 폭증했습니다. 이 모순에 오랜 동안 고민하다가 우리가 내린 한가지 결론은 이것입니다. 대입 경쟁을 유발하는 원인을 방치하고서는 백약이 무효하니, 이제 대입 경쟁의 근본 원인과 대결해야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우리는 여러 사업들 가운데 ‘대학 서열 체제 해소, 직업 간 임금 격차 해소,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에 매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직업 간 임금 격차 문제는 올해 새로운 연구원을 채용해서 본격적으로 조사 사업을 실시해 실태를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여기에 학교가 아이들 교육에 책임지지 못함으로 인해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소위 ‘학교 책임 교육 문제’와 영재고 과학고 체제의 근본적 혁신도 중요한 과제라 다루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 과제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참으로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사업들임을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여지껏 많은 문제를 풀었지만 이들 과제는 입시 경쟁의 핵심 요인으로 철옹성처럼 우리 앞을 막아서고 있고, 지난 12년간 우리 대표들의 힘으로도 역부족인, ‘괴물 중 괴물’이라 할 것입니다. 이 괴물들 때문에 대학입시 문제도 풀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일하는 방식으로는 이 싸움에 역부족이라는 판단 하에, 우리 두 대표들은 국민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낼 또 다른 지평을 열어내는 일에 착수하려는 것이고(이와 관련해서 준비되는 대로 몇 달 후에 보고하겠습니다.) 이 열려진 공간과 함께 새 대표들과 26명의 상근자들은 이들대로 이 싸움에 전력투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 두 대표들을 이어 이 운동을 책임질 정지현 홍민정 선생님은 저희들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은 분들이지만 7~10년 동안 저희와 함께 일해 온 분으로 우리 단체의 미션과 비전을 누구보다 잘 내면화한 분들입니다. 이들과 한 사무실에서 일해 본 저희 판단에 비추어 볼 때, 이 두 대표들은 참으로 훌륭하고 유능한 분들입니다. 무려 30대 후반의 여성 리더십이니 저희들보다 20년이나 젊습니다. 판단력은 어찌나 훌륭한지, 여러 사안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습니다. 또한 겸손하며 유쾌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미덕은 따로 있습니다. 이 두 분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수락한 것은, 감투 욕심이나 공명심 때문이 아닙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직은 온갖 비판과 위협을 받는 자리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대가로 생각해서 이를 담담히 수용했지만 저희 두 대표들이 지난 12년간 받아온 비난과 공격은 이루 말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홀로 배짱 편하게 감당하는 자리가 아니라 공동대표로 서로 참고 용납하며 오직 대의에 자신을 굴복시켜야할 불편한 공동 리더십의 자리입니다. 또한 지난 12년간 30명의 직원 월급을 단 한 달도 밀린 적이 없지만, 그만큼 후원 및 살림살이도 전력투구해서 관리해야합니다. 한마디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직이란 고난의 쓴잔이요, 자기를 죽이는 과정이요 자기 한계를 늘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자리입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내가 해보겠다고 감히 나선 적이 없던 자리였지요.
그것을 어찌 새 대표들이 모를 리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들에게 대표로서 이 운동을 책임질 수 없겠느냐는 저희들의 요청에, 자신들의 부족함과 연약함이 느껴져 여러 날 고민하고 기도하더니, 저희에게 “짐이 무겁고 위험해 다들 나서지 않는다 해도 나까지 도망가지 않겠다”며, 눈시울을 붉히면서 수락한 분들입니다. 유능하다고 자임해서 맡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서지 않고 내 존재를 던지겠다는 각오가 이들을 새 대표로 세운 것입니다. 저희들은 그것을 봤고, 그래서 든든한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씀 하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업적은 송인수 윤지희 두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과제는 더욱 무겁고 어려워졌는데 당신들은 자리를 비우고 30대 후반의 젊은 대표들이 그 일을 맡는다 할 때 잘 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게 말입니다. 물론 우리는 교육운동계에서 오래 일해 왔고 경험이 다소 앞선 사람들이니 새롭게 대표직을 맡는 이 두 분보다 나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요 우리가 붙들고 씨름하는 저 험난한 과제와 비교할 때 참으로 왜소한 능력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 6월 12일 운동을 시작할 때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능력을 의지할 수 없었고, “입시경쟁과 사교육 고통의 괴물과 싸우기 위해 자기 인생을 쏟아 붓는 사람들이 나타나야 길이 열린다”고 해서, 그 하나의 이유 때문에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변화를 일구어 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문제를 푸는 비결은 능력과 경험과 기술에 있지 않고 그 일에 자신을 던지는 ‘존재 그 자체’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연약한 사람들도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겠다고, 자기 삶의 자리를 정리하고 그 싸움터로 나가는 순간, 없던 능력이 생기는 것이요 부족한 경험이 채워지는 것이요, 쫄보 같은 가슴에 담력이 생기는 것임을 저희는 경험했습니다.
정지현 홍민정 이 두 대표도 그런 사람들입니다. 저들도 우리와 같이 자기의 능력과 경험, 지식과 기술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입시 경쟁의 괴물과의 싸움터에 자기 존재를 다 던지고자 하는 그 한 마음이 있으니, 이들도 우리 못지않게, 많이 울고 많이 아파하며 많이 다치면서, 그러나 결국 아이들을 살리는 소중한 결실을 거두고야 말 것입니다. 저희는 그것을 믿습니다.
또 일부 분들은 그런 걱정을 합니다. “지금까지 후원자 4천명 시대를 유지한 것은 송인수 윤지희 두 대표 지인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되었는데, 당신들이 대표직을 그만 두면서 지인들이 빠져나가 후원 구조가 더 취약해질 것이 걱정스럽다.” 그렇게 말입니다. 그러나 선생님, 과연 그렇습니까? 지금까지 이 운동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후원의 정성을 쏟아주신 것이 저희 두 사람과 아는 사이였기 때문입니까? 저희가 확신하건대,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참으로 당혹스럽고 불필요한 걱정입니다. 내가 이 운동에 후원자로 참여한 것이 어찌 당신들과 아는 사이였기 때문입니까? 나는 당신들을 본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붙들었던 그 깃발을 보았습니다. 입시 경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 아이들이 입시 공부 때문에 울며 아파하지 않는 세상, 부모들이 사교육 부담 때문에 가슴을 치지 않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 대의에 당신들 인생을 건 것을 보고 나도 내 삶을 건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대표직을 내려놓고 험한 길을 떠나려는 당신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새 대표들은 잘 해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이 두 분과 함께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저희를 격려해 주신다면, 저희는 아무 걱정 두려움 없이 선생님만 믿고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또 다른 싸움의 길에 용감하게 나서겠습니다.
2020. 2. 1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올림
※후원 참여 요청과 관련, 현재 재정 상황을 설명 드립니다.
정지현 홍민정 새 대표 체제 첫해에 이 엄중한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경제적 상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최근 대부분의 시민 단체들이 그러하듯이 저희도 후원자가 감소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누적 합산을 비교해 보니 신규 가입이 1,948명인 반면 탈퇴가 2,225명으로 4,395명에 이르던 후원자 수가 현재 3,849명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작년 말부터는 감소 속도가 잦아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올해는 재정을 긴축 운영하고자 합니다. 작년 퇴직한 직원들의 빈자리를 가급적이면 다 채우지 않고 일부만 충원한 상태로 일을 하며, 사업비도 조절을 하려 합니다. 다만 필수 지출 비까지 줄이면 목표 달성 자체가 어려워져, 이를 무한정 줄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여하튼 지금은 저희들과 뜻을 같이 하는 새로운 후원자들을 만나는 것이 절박한 상태입니다. 2년 전에 비해 약 1.5억 원 정도 줄어든 수입의 문제는 연 초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실정입니다. 기존 회원들께도 후원금 증액을 요청 드리겠지만, 이번 신년 모금 캠페인을 통해 선생님께서도 저희 운동에 월정후원자로 새롭게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새롭게 후원자로 참여하실 때 아래 후원 기대표를 참고해 주셔서 후원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