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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송인수 윤지희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드디어 2월 7일(금) 총회에서 저희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내려놓았습니다. 12년간 지고 있었던 짐이었습니다. 대신, 회원들께 “우리가 어디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 미션을 지키는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릴 겸 대표 중 한 사람이 이사장을 맡아야한다”는 손봉호 이사장님의 뜻대로, 송인수 대표가 새롭게 ‘이사장’의 직책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30대 후반 정지현 홍민정 선생님이 새 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평생 대표를 할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소식을 들은 일부 회원들은 섭섭해 했습니다. 지나친 감정 표현이겠지만, 어떤 회원은 “우리들의 선생님이었고 우리는 제자 같은 존재였는데, 어딜 가시냐?” 서운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빨리 내려놔야할 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더욱더 들었습니다. 저렇게 누군가를 의존하게 되고, 누군가는 그 의존을 즐기게 되는 순간, 조직은 위기에 들어가는 법이니까요. 더욱이 짐이 무거워 대표직을 이양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다 보면, 우리에게 창립 때 주어진 뜻을 제대로 성취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빨리 누군가에게 대표직을 넘기고 우리가 직면한 이 한계를 뚫는 여정을 밟는 몫이 우리에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저희들이 대표로서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편지를 드린 용건은, 저희들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내려놓고 시작할 새 운동을 설명 드리고, 선생님을 포함해 100여명의 텐텐 클럽 후원자들께 새 운동을 준비하는 데 긴급한 재정 3천~4천만원의 후원금 요청을 드리고, 나아가 창립 전 2명의 상근 인력 인건비 및 법인 설립 기본 재산 확보 마련과 관련해 자문과 조언을 구하기 위함입니다. 이전에는 이런 내용을 8~9장에 걸친 편지로 드렸지만, 이번에는 무려 5쪽으로 줄였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세요.

2008년 6월 1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창립했습니다. 그때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새 운동을 하겠다고 할 때 이를 지지하던 분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저 집 채 만한 바위를 직면해 자기 인생을 쏟아 붓겠다고 하니, 무모하다 생각하면서도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이 힘을 보태 주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그동안 우리가 이루어낸 수많은 성과 중 일부들을 말입니다.

▲2009년에 외고 입시 듣기 시험 문제를 해결해서 약 2조 정도 사교육비를 줄였고, ▲초등 1학년 때 한글 수업 시수를 26시간에서 68시간으로 늘려(2015년) 유치원 때 한글 선행을 하고 초등학교에 진학해야할 부담을 없앴습니다. ▲중학교 입시 사교육의 진원지인 외고 자사고 등이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는 시행령 개정(2019년)이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국가 인권위에 요청해서 학교와 학원 외벽에 명문대 합격 현수막을 부착하는 행위를 금지하게 하는 권고안(2015년)을 만들었습니다.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을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수용하게 하여 최소한 ‘공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정책이 도입되어(2017년) 출신학교 차별을 하지 않는 채용의 기반을 확보했고, 나아가 ▲대학입시에서 학생의 지원서에서 출신학교를 블라인드 처리하게 만들어 (2019년) 고교 간 차별 시비를 차단했습니다. ▲2015년에 양 많고 어려워 수포자를 만들어낸 수학 교육과정을 10% 이상 줄이고 수능 수학 출제 범위를 줄였고, ▲국내 최초로 70년 만에 수학 대안 교과서 중학교 3년 과정을 완간했습니다(2020년). ▲‘아깝다 학원비’ 등 불필요한 사교육 정보를 알리는 정보 소책자 5종 200만부를 국민들에게 유료로 보급했으며(2010~), ▲학원법을 개정해 온라인 학원도 학원 등록을 하도록 하며, 모든 학원이 카드 결제를 허용하도록 했고(2011년) ▲대학 1,2학년을 학원 강사로 허용하는 시행령 막아(2019년) 강사 양산을 통한 학원 시장의 팽창을 제어했습니다. ▲3년 동안 언론사 교육 섹션지 분석에 매진해 사교육 조장하던 조선일보의 교육섹션 (‘맛있는 공부’) 폐간을 유도했고(2017년), ▲다중지능 세계적 권위자 하버드 대학 가드너 박사와 편지 왕래를 통해(2014년) 다중 지능 이론을 악용해서 영유아 사교육을 조장하던 업계를 바로잡을 기반을 확보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 시행령을 고쳐 ‘영재 유치원, 영재 초등, 영재 중학교’를 설립하려던 흐름을 막기도 했습니다(2014년).

수많은 시민들이 모아준 후원금으로 우리는 이렇게 크고 작은 성과를 무수히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괴로운 것은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교육비가 계속 늘더니 작년에는 사상 최대로 폭증했습니다. 특히 2018년 정부가 대통령 교육 공약을 거의 다 폐기하는 참사를 경험하고 충격을 받은 후, 실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저 퇴행의 정치를 바꾸는 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그 힘센 권력도 평범한 대중의 요구에 무력한 것을 보았습니다. 조국 전 장관 사태로 증명되는 현실 속에서, 깨어 있다고 자임하는 소수가 아니라 평범한 대중들이 갖는 위력을 보았지요. 그러므로 평범한 민심, 즉 “당위가 아닌 생존의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구하는 일에 몰두하며, 그래서 작은 것처럼 보이나 큰 흐름으로 모여 도도하게 흐르는 저 민심의 바다”, 그 속에 우리를 던지고, 그 민심을 설득하며 민심을 바꾸어 새날을 만드는 여정으로 들어가야, 창립 때 우리가 붙든 숙제도 풀릴 것이라 보았던 것입니다.

민심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교육 제도에 대한 민심의 판단을 읽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평범한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절대평가이니, 미래 교육이니, 역량 중심 교육, 공교육 회복이니, 그런 명분 있는 교육정책들은 다 한가한 것들이고 대입 경쟁에서 내 자식만큼은 살아남아야한다는, 그런 위기의식이 더 절박한 것입니다. 대입 경쟁에서 밀리면 좋은 대학 간판을 우대하는 취업경쟁에서 밀리고, 결국 그렇게 밀리다가 도태될 것이라는 공포가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고, 이것이 교육의 변화를 가로막는 부정적인 정서로 작용한 것이지요.

결국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를 넘어, 한국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존 문법이 무엇이냐 또한 이것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우리 단체가 제시한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을 문재인 정부가 공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정책으로 수용하며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를 보지 않는 새로운 채용 시대가 열렸습니다. 관건은 공기업만이 아니라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기업인데, 알아보니 현재 상공회의소 조사 기업 506개 중 13.1% 정도가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를 보지 않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우리는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지금 이미 찾아온 채용의 변화 그리고 10년 후 더욱 확산될 변화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자. 또한 채용 시장에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도록 힘쓰자. 기업들에게도 지금 찾아온 새로운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롭다는 신호를 주면서 학벌 차별 하지 않는 기업의 변화가 적어도 절반 수준으로 올라가게 하자. 그렇게만 해도 거대한 변화가 터져날 것이다. 그것을 보고 국민들이 ‘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10~20년 후 세상 속 생존법이 달라져가고 있구나. 학벌이 효과를 본 시대가 마감되었구나. 학벌을 얻기 위해 ‘묻지 마 교육 소비’를 하면 망하겠구나. 큰 일 났다.’ 그렇게 변화를 감지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일하자. 그것이 성사되면, 그후 미래교육의 변화를 위한 제도도 이상적인 주장이 아니라 장차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길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국민들이 따라올 것이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2년간 제안해온 수많은 정책과 제도의 변화 목소리가 크게 들릴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것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제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입니다. 공기업에 대한 세밀한 조사를 시작해야하고, 새로운 채용 제도를 적용하는 민간 대기업들을 찾아내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며, 동시에 아직도 퇴행적인 채용 문화에 젖어 있는 절대 다수 기업들이 이를 따라 오도록 견인해야합니다. 이 과정이 해결되면 다음 단계는, 학벌 프리미엄에 안주하는 대학들이 대학교육 혁신의 길로 나서도록 하는 일, 그를 위해 입학생 수능 점수에 기대어 혁신을 게을리하게 만드는 현재의 대학 서열 체제를 무너뜨리는 거대한 일이 줄줄이 따라와야 합니다. 또한 국가에 기대했지만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는, 전 세계 선진국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 교육제도들의 진행 상황을 살피고 우리의 대안을 준비하는 일, 현재 고군분투하는 국내 여러 미래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가는 그룹들의 정보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확산되도록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 과제는 적어도 10~15명의 인력과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기존의 과제를 수행하는 일에 매진해야 하니 이러한 새 운동을 다 담아내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단체가 새 운동을 인큐베이팅한 후에 일정 시간 후에 독립시켜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겠다 생각한 것입니다..

또 다시 10년을 전력투구해야 할 이 일을 누가 감당하겠습니까. 오랜 고민 끝에 이 거대한 일은 누군가에게 대신 떠맡길 수가 없고, 그 길을 본 사람들, 저희 두 사람이 다시 어깨에 메고 가야할 몫의 짐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저희들은 광야에 서게 되었습니다. 12년 전 아무 것도 없던 시절의 기억이 아스라한데, 다시 새로운 일을 위해 벌판에 빈손으로 섰습니다. 우리와 함께 따라 나설 직원이 단 한명도 없이, 모아놓은 기금도 한 푼 없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바깥으로 나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시작해야합니다.

또 다시 10년을 지금처럼 달릴 것을 생각하면 사실 아득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뜻’이 있기에, 불평하지 않고 가보려 합니다. 그 한 가지 뜻이란 무엇입니까? 몇 주 전, 어떤 기업가를 만나 우리 계획을 설명했더니, 그분이 물었습니다. “새 운동에 담긴 당신들의 뜻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대답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저마다 이 땅에 태어날 때 품고 있는 삶의 뜻을 회복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 뜻에 따라 삶을 보람 있게 사는 것이요 배우는 기쁨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긴급하기로는, 매년 입시 경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수백 명이 되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 부모들이 가슴을 치며 울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사실 아닌 게 아니라, 그 뜻을 붙들고 지난 12년을 달려왔습니다. 불편한 공동대표 체제도 서로 품고 달려왔습니다. 큰 과제에 어울리지 않는 내 한계를 볼 때마다 그 벽을 넘기 위해 힘겨운 극복의 과정을 겪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뜻은 새로운 운동 속에 여전히 담기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 뜻을 위해 또 다시 저희 존재를 던지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뜻에 공감해 현실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함께 나서 주는 이들이 없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선생님, “당신들의 뜻이 나의 뜻이기도 하니,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달려 주시오. 나도 당신들이 가는 길을 끝까지 함께 하겠소.” 그렇게 저희를 격려하는 길에 서 주실 수 있겠습니까?

                      2020. 2. 17.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올림

※후원을 하실 때 고려하십사 하는 마음으로 저희 상황을 말씀드립니다.

새 운동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올 9~10월 중 창립될 예정입니다. 우선 삼각지 근처 사무실 하나를 계약했는데, 건물 보증금(6천만원), 컴퓨터 등 집기 구입 및 공사 비용(5천만원) 및 월세 등, 공간 확보를 위한 재정 1억 5400만원은 후원자 한분의 기부로 전액 해결되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이제 상반기 동안에는 창립 준비하는 활동 비용(3천~4천만 원)과 세 명의 상근자 인건비(월 700만원×7개월= 4천9백만 원 소요 예정), 그리고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기본 재산(2억원 예상)만 마련되면 됩니다.



선생님께 부탁드리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창립 추진에 필요한 준비기금 3천~4천만 원과 관련해 아래 후원 기대 표를 보시고 후원에 참여해 주십사 요청 드리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창립 전 세 사람의 7개월 치 인건비 및 법인 기본재산 기부 등과 관련해 거액 후원 의사를 갖고 계신 분들을 아신다면 저희에게 소개해 주십시오. 지금 그런 분들을 찾는 중입니다. 찾아뵙고 새 운동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리고 정식으로 후원 요청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후원을 하실 때는 아래 모금 기대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